가을 호밀 새싹
차옥혜
시월 따사로운 햇볕에 싹터
하늬바람에 볼 부비다
발, 손, 입이 없어
길을 스스로 정할 수 없는
우리는 캄캄한 포대 속에서
빵이 될까 새 생명이 될까
얼마나 두려움에 떨며 가슴 졸였나
싹트다 숨 쉬다 보다
행운이다 축복이다 기쁘다
수만 친구들과 함께 반짝이는
우리 세상 푸른 호밀밭
구름, 꽃, 새, 감, 대추, 늙은 호박, 배추
무, 파, 서리태, 갓, 쪽파, 만수국 ,백일홍
둘레둘레하니 신기하다 즐겁다
갈바람에 춤추는 단풍잎 어여쁘다
가슴이 자꾸만 부풀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듯 날아오를 듯
<산림문학,202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