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 호밀 노래

시 -5 2022. 7. 9. 14:18

사월 초 호밀 노래

                                                    차옥혜

호밀 바다가 파도친다
나날이 힘차게 하늘로 치솟는
우리들의 푸른 행진 장엄하다
다른 식물들은 이제야 새싹이 돋는데
우리는 벌써 키가 석 자나 자라
바람에 물결친다 장관이다
내가 호밀인 것이 자랑스럽다
호밀 나라를 위하여
해, 달, 별이 뜨고 진다
초록 잎새 반짝이며
뿌듯한 삶을 노래하고 있는
나는 지금
무지무지 행복하며 기쁘다
바람의 사다리를 타고 하늘까지 가려니
어머니 대지가 푼수 짓 하면 죽는다고
들뜬 나를 꽉 부여잡고 다독인다
그렇다! 좋다!
비록 선 채로 한 발짝도 못 내딛지만
이만한 축복도 어디냐
나 호밀! 호밀 나라!
비록 선 자리에서만이라도
푸르게 푸르게 춤춘다

 

                                                  <한국현대시 2021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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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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