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거름이 된 호밀
차옥혜
지구가 더워진 탓에 빨리 이삭 맺자
농부는 풋거름 깔아 밭을 쉬게 해
내년부터 풍작 거두려고
우리 호밀밭을
이제 막 4월 하순에 접어들었는데
서둘러 예초기로 잘라 눞혔다
잘 익은 씨앗으로 영생하려던
우리의 꿈이 깨져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삶이 어디 뜻대로만 되든가
희망의 끈으로 마음 칭칭 감아
몸은 쓰러졌어도 마음 꼿꼿이 세워
비 맞고 햇빛에 삭아 푹푹 잘 썩어
내년에 뿌려질 어떤 씨앗에든 스며들어
세세연년 세상 푸르게 하리라
뭇 생명 먹이고 살리리라
생명의 순환 열차를 타고
희망이 밀고 가는 세계! 지구!
암, 나는, 우리는 영원히 꿈꾸며
언제나 희망에 사는 호밀 풋거름
<PEN문학,2021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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