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역
차옥혜
내 고향 전주역 승강장엔 언제나
대학 입학을 위해 처음 고향 떠나는
나를 배웅하는 젊은 어머니가 서 있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척이는 마음 숨기고
의연한 척 웃고 있는 나의 등을
말없이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며
꽃샘바람에 옷고름과 치마폭을 펄럭이는
매화 같은 어머니
기차가 도착하자 재빨리 짐을
좌석 위 선반에 올려주고 내려가
차창 아래서 눈물을 글썽이던 어머니
마침내 기차가 아득히 사라져도
발길 못 돌리고 장승처럼 서 있는 어머니
어머니의 가슴에 출렁이던 소리 없는 말들
또렷이 들려와 나를 울리는
전주역 승강장엔
나를 보내면서 이내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늘 나의 지표로 서 있다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202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