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화살나무에 빠져
차옥혜
가을이 깊다
화살나무가 활활 불타며
우주를 삼키고 있다
눈부시다 황홀하다
가을 깊은 나는 어느덧
불붙은 화살나무에 빠졌으나
불붙지 못하고 여전히
말라비틀어진 호박 줄기다
겨울이 오기 전 나도
한순간만이라도
화들짝 불타고 싶어라
겨울의 입구에서조차
불타는 화살나무이던
그 사람
찬바람에 맞서가며
허공에 불씨 날려
영원히 세상 울리는
시를 새기던 그 사람
불타는 화살나무야
가을 깊은 나에게
불 좀 붙여다오
<한국현대시,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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