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집에 소 떼 돌아오다

                                                                         차옥혜

집 뒷산에 불이 났으니
빨리 마을회관으로 피하라는
이장의 전화 자다가 받고
허둥지둥 집 나서던 노부부가
외양간 문 열어주며 소들에게

“어서 나가 여기 있으면 죽어.”

외치니 소들이 우르르 어둠 속으로 사라지다

아침에 집에 돌아온 노부부는
주택, 살림살이, 농기구, 외양간 몽땅 숯덩이가 된 집터에
어미 소 열네 마리와 송아지 여섯 마리
불에 그을린 소도 있지만
한 마리도 빠짐없이 스무 마리 소가
고스란히 돌아와 있는 모습 보며 눈물 펑펑 쏟다

공포에 집 나간 소들은
처음 보는 불난 세상 어떻게 피해 모두 살아왔을까?
뛰며 각자도생하지 않고 어떻게 함께 불길을 헤치며
노부부와 외양간 그리며 돌아왔을까?

자기들만의 말과 몸짓으로
그들만의 믿음 신뢰 지혜 사랑으로
서로서로 격려하고 부축하며 응원하며
불타는 산길을 헤쳐 돌아온 소들!
우러르고 우러른다

                                                (한국시학,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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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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