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차옥혜
마음도 없는 것이
손도 발도 없는 것이
녹으면 단지 한 옴큼 구정물인 것이
길을 환하게 한다.
차가운 것이
나를 따뜻하게 한다.
얼마 안 가 개구쟁이들의 발길에 부서지거나
햇볕에 사라질 것이
다정한 친구가 된다.
나는 무엇을 보며 위로 받고 사는가
나는 누구의 눈사람인가
눈부신 하얀 허물을 벗으면
시커먼 산성 물인 것 알면서도
눈사람 없이는
겨울 길을 걸어갈 수 없구나
사람아.....
<학산(인천문인회) 1996년 겨울호>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은 (0) | 2012.11.20 |
---|---|
햇빛의 몸을 보았다 (1) | 2011.02.14 |
매미가 운다 (1) | 2006.12.05 |
서시 -개구리 (2) | 2006.06.29 |
에디아카란에게로 가는 길 (0) | 2006.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