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

시 -2 2011. 2. 9. 11:42

  

희망봉

                                                            차옥혜

 

 

달리고 달려온 대륙을 바다가 가로막는 곳

파도쳐 파도쳐온 바다를 절벽이 가로막는 곳

거기에 희망봉이 있다

바다는 절벽을 기어올라야 희망봉에 오를 수 있고

땅은 바다에 빠져야 희망봉을 만날 수 있다

두려움과 절망과 죽음을 무릅써야만

만날 수 있는 희망봉

적과 적이 덜컥 껴안아야만

만날 수 있는 희망봉

살아 있는 한

포기할 수 없는 곳

저절로 꿈꾸며 달려가는 곳

그러나 오늘도

바다는 끝없이 밀려와 절벽을 기어오르다

미끄러지고

땅은 끝없이 달려와 바다 앞에서 한숨 쉰다

 

있으나 없는 희망봉

쓸쓸하고 영원한 오로라여

 

<시문학   2007년 5월호>
<문학사상  2007년 6월호 재수록>

 

'시 -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 11 -그 손에 못 박혀 버렸다  (0) 2012.11.20
꽃보다 눈부신 사람  (1) 2011.02.11
약력  (0) 2010.06.30
왜 눈물이 나는지  (0) 2010.06.20
거울 속 어머니  (0) 2010.03.08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