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
차옥혜
달리고 달려온 대륙을 바다가 가로막는 곳
파도쳐 파도쳐온 바다를 절벽이 가로막는 곳
거기에 희망봉이 있다
바다는 절벽을 기어올라야 희망봉에 오를 수 있고
땅은 바다에 빠져야 희망봉을 만날 수 있다
두려움과 절망과 죽음을 무릅써야만
만날 수 있는 희망봉
적과 적이 덜컥 껴안아야만
만날 수 있는 희망봉
살아 있는 한
포기할 수 없는 곳
저절로 꿈꾸며 달려가는 곳
그러나 오늘도
바다는 끝없이 밀려와 절벽을 기어오르다
미끄러지고
땅은 끝없이 달려와 바다 앞에서 한숨 쉰다
있으나 없는 희망봉
쓸쓸하고 영원한 오로라여
<시문학 2007년 5월호>
<문학사상 2007년 6월호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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