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시 -2 2010. 6. 30. 19:17


 

약력

                                          차옥혜 

 

 

약력을 쓴다.

몇 년 어디서 태어나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직업을 갖고

무슨 상을 타고

 

단 몇 줄로 기록된 이것이 나인가.

줄의 행간에 파도치는

한숨과 눈물과 고통과 절망을

웃음과 기쁨과 환희를

어둠과 빛의 무늬를

말하지 않고

이것이 나인가.

약력 뒤에 비치는

내 땀과 눈물과 피가 얼룩진

저 벌판과 길들과 마을들을

말하지 않고

이것이 나인가.

 

약력을 쓰다 말고

창 밖

약력 없이도

그대로 환한 별을

그대로 환한 미루나무를

본다.

 

<시인정신  200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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