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차옥혜
약력을 쓴다.
몇 년 어디서 태어나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무슨 직업을 갖고
무슨 상을 타고
단 몇 줄로 기록된 이것이 나인가.
줄의 행간에 파도치는
한숨과 눈물과 고통과 절망을
웃음과 기쁨과 환희를
어둠과 빛의 무늬를
말하지 않고
이것이 나인가.
약력 뒤에 비치는
내 땀과 눈물과 피가 얼룩진
저 벌판과 길들과 마을들을
말하지 않고
이것이 나인가.
약력을 쓰다 말고
창 밖
약력 없이도
그대로 환한 별을
그대로 환한 미루나무를
본다.
<시인정신 200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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