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마법

시 -2 2007. 6. 2. 15:05

  

말의 마법

                                                                      차옥혜

 

 

달구지풀, 작두콩, 병풍나물, 삿갓나물

요강나물, 족두리풀, 비녀골풀, 투구꽃, 갈퀴나물

 

이런 이름들 가만히 불러보면

 

가난해도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시골 할머니네 마을 사람들이 보이네

 

갯패랭이꽃, 구름패랭이꽃, 난장이패랭이꽃

섬패랭이꽃, 각시패랭이꽃, 술패랭이꽃, 수염패랭이꽃

 

패랭이꽃들 이름을 불러보면

 

장대비 쏟아져, 폭풍 휘몰아쳐, 천둥 번개 쳐, 폭설 내려

삼천리 방방곡곡 억울하게 죽은 목숨들 떠오르네

 

쑥, 씀바귀, 냉이, 달래, 두릅, 원추리 불러보면

 

몸에 생기가 돌고

산수유, 매화, 개나리, 목련, 진달래 불러보면

겨울 창도 환하고 따뜻해지네

 

어쩌다 묵은 책갈피 속에서 떨어진

첫 사랑 편지를 읽으면

아득한 옛날이 지금인 듯 늙은 가슴도 설레고

돋보기안경 낀 얼굴도 화끈거리며 웃음꽃 피네

 

<문학과 창작  200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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