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방과 나그네
차옥혜
낯선 마을 낯선 거리를 떠돌다
해가 지고 밤이 늦어
하룻 밤 묵어 갈 낯선 방에
나그네는 생애를 내려놓네
그러나 낯선 방이 자꾸만 나그네를 밀어내
피곤한 몸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 못 이루다가
풀어놓은 짐을 또 다시 싸는 아침
이제야 낯선 방이 나그네를 받아들이는가
낯선 방이 슬며시 나그네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네
그래도 떠나야 하는 나그네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하룻 밤 낯선 방을 둘러보며
안녕
젖은 목소리로 말하네
<붉은 실개천(기픈시문학회 8집) 2006>
<한겨레신문 2007.2.26.자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