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방과 나그네

시 -2 2007. 3. 23. 22:55

 

낯선 방과 나그네

                                                    차옥혜

 

낯선 마을 낯선 거리를 떠돌다

해가 지고 밤이 늦어

하룻 밤 묵어 갈 낯선 방에

나그네는 생애를 내려놓네

그러나 낯선 방이 자꾸만 나그네를 밀어내

피곤한 몸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 못 이루다가

풀어놓은 짐을 또 다시 싸는 아침

이제야 낯선 방이 나그네를 받아들이는가

낯선 방이 슬며시 나그네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네

그래도 떠나야 하는 나그네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하룻 밤 낯선 방을 둘러보며

안녕

젖은 목소리로 말하네

 

<붉은 실개천(기픈시문학회 8)  2006>

                                         <한겨레신문  2007.2.26.자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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