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2
차옥혜
불끈 치솟아 하늘을 뚫은 저 산도
깊은 동굴을 품고 있다
울지 말자
가슴 안에
빽빽한 돌고드름과 돌순을
한여름에도 가득한 냉기를
끝없이 솟아 흐르는 물과 거울 같은 물웅덩이를
괴로워 말자
몸 안에
소리치면 달려와 뺨을 치는 메아리들을
낮에 거꾸로 매달려 잠자다가도
밤이면 우주 끝까지 날아다니며 아우성치는
눈먼 박쥐 떼들을
산다는 것은
제 안에
동굴 나날이 길어져 아파도
껴안고 쓰다듬으며
제 밖에
조팝나무 가시나무 칡 인동
노루귀 씀바귀 솜다리 질경이
산돼지 다람쥐 여우 늑대
여치 소쩍새 땅강아지 부엉이
미워도 고와도 찾아온 생명이면 무엇이든
품어 기르는
산이 되는 것
<시집 『허공에서 싹 트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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