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2

시 -2 2006. 12. 2. 12:29

 

산다는 것은 2

                                                      차옥혜

 

 

불끈 치솟아 하늘을 뚫은 저 산도

깊은 동굴을 품고 있다

 

울지 말자

가슴 안에

빽빽한 돌고드름과 돌순을

한여름에도 가득한 냉기를

끝없이 솟아 흐르는 물과 거울 같은 물웅덩이를

괴로워 말자

몸 안에

소리치면 달려와 뺨을 치는 메아리들을

낮에 거꾸로 매달려 잠자다가도

밤이면 우주 끝까지 날아다니며 아우성치는

눈먼 박쥐 떼들을

 

산다는 것은

제 안에

동굴 나날이 길어져 아파도

껴안고 쓰다듬으며

제 밖에

조팝나무 가시나무 칡 인동

노루귀 씀바귀 솜다리 질경이

산돼지 다람쥐 여우 늑대

여치 소쩍새 땅강아지 부엉이

미워도 고와도 찾아온 생명이면 무엇이든

품어 기르는

산이 되는 것

 

<시집 『허공에서 싹 트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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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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