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껍질들의 합창
차옥혜
가을걷이 끝난 들녘에 서면
마른 껍질들의 합창 소리 들린다.
누렇게 마른
콩대, 깻대, 도라지 꽃대, 더덕 줄기, 토란대
호박 줄기, 고춧대, 참취, 벌개미취, 해바라기, 볏짚
새 생명을 낳은 산모들이
영원으로 대지로 우주로 귀향하며
기쁨에 넘쳐 부르는 노래 노래
마음과 영혼으로 듣는
소리 없는 합창
한여름 힘겨운 임신과
몸서리치는 산고는 옛 이야기
가벼워진 몸으로 당당한 승리자의 눈빛으로
영생과 안식의 집으로 돌아가는
세상과 세상을 이어준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들의 소리 없는 노래
가을 벌판에 서면
마른 껍질들의 합창 소리 듣는다.
<문예비젼 2010년 5ㆍ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