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과 나
차옥혜
바다와 하늘이 소리 없이
몸을 섞는 것을 본다.
아니 푸르른 바다와 하늘은 이미 하나다.
바다와 하늘의 가운데서
바다와 하늘을 보고 있는 나는 무엇일까?
바다와 하늘의 심장일까? 콩팥일까? 혀일까?
내면에 감추어둔 손일까?
아니면 캥거루처럼 그들의 품에 품고 있는
자라지 않는 새끼거나
평생 지켜주어야 할 모자라는 자식일까?
나는 바다와 하늘을 끊임없이 바라보다가
바다와 하늘의 영혼의 소리를 담아내는 일
그것이 내 일이므로
나는 바다와 하늘의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나는 처음부터 바다고 하늘이었으리라.
바다와 하늘이 내 몸에서 움직인다.
바다와 하늘과 내가 순환한다.
오래 전부터 바다와 하늘과 나는
하나였다.
<동국시집 27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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