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사이족 부부의 밤

                                                    차옥혜

 

아내가 나무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를 엮어

쇠똥을 발라 만든

문도 없는, 낮에도 어두컴컴한 집

음식을 만들려고 한 복판 땅바닥에

큰 돌 몇 개 놓아 만든 화덕에

마른 풀과 쇠똥에 불을 지펴야

조금 모습을 드러내는 오두막집

아프리카 탄자니아 벌판의 뜨거운 햇볕에 구워진

쇠똥집 밖까지 어둠이 에워싸면 모기떼들 극성대고

나무 막대기 몇 개로 경계를 나눈 옆 방 어린 딸과

건너편 벽 쪽 송아지 잠들고

물 항아리, 그릇 몇 개, 솥, 화살, 칼

알록달록 두 벌 옷, 하루치 양식도 꿈나라로 가면

낮 동안 소 떼를 몰고 풀밭을 찾아 헤매던 남편은

쇠똥집 틈새로 바람 타고 들어온 별들을

아내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매달아 준다

종일 10리도 넘는 길을 맨발로 걸어

물을 길어오고 땔감을 주어와

음식을 만들며 아이를 돌보느라

기진맥진한 깡마른 검은 아내는 별을 달자

까만 꽃이 되어 검은 빛과 향기를 뿜는다

별과 꽃으로 일렁이는 아내는

제 몸에 끝없이 피는 검은 꽃을 따서

남편의 몸에도 빈 틈 없이 꽂아준다

마을 울타리 밖

사자에게 쫒기는 어린 짐승들의 발자국 소리

잃어버린 아기를 부르는 어미 짐승들의 울음소리

울타리 안을 기웃대는 짐승들의 몸짓 소리

외양간 소들이 모기 쫒느라 꼬리를 탁탁 치는 소리

딸과 송아지의 숨소리

모두 놓치지 않고 들으면서도

초원의 풀잎들이 반딧불과 놀면서

즐겁게 휘청거리는 것까지

온 몸으로 느끼면서도

남편과 아내는 마침내 검은 꽃을 품은

하나의 별이 되어

바람을 타고 쇠똥집 틈새를 빠져나가

하늘 높이 별들의 나라로 날아간다

 

 <창조문예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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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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