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숲에서
차옥혜
안개가 자욱하여 빽빽한 숲이 사라지고
나와 당신만 남았습니다
새가 나는 당신의 눈동자를 보는 것도 잠시
당신마저 사라지고 천지사방 나만 남았습니다
안개 방에서 안개 꽃을 즐기는 것도 순간
안개는 이내 고립과 두려움이 됩니다
실은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
나는 여전히 숲에 있고
벌판도 산도 마을도 바다도 하늘도 그대로 있습니다
동물들은 뛰고 달리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화는 안개가 몰고 오는 것이 아니고
나와 당신과 세상과 우주가 함께 만드는
흙입니다 공기입니다 물입니다 햇빛입니다
곧 햇빛이 와서
안개 무덤에 갇힌 나와 당신을 풀어주면
선명한 자유의 꽃을 보겠습니다
환상의 너울을 벗은 참 나와 당신을 보겠습니다
<문학과 창작 201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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