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거울
차옥혜
숲에 들면
내가 보인다
앞만 보이지 않고 뒤도 보인다
현실만 보이지 않고 과거도 미래도 보인다
현상만 보이지 않고 숨은 것도 보인다
죽은 목숨들의 영혼도 보인다
바위, 흙, 하늘, 구름, 바람, 계곡 물의
마음도 보인다
세상을 등지려고 숲 거울에 든 그 사람은
자신을 에워싼 수백 송이 달맞이꽃이
밤새워 꽃문을 여는 것을 보고
세상으로 돌아갔다
어떤 사람은 숲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앞은 약한 짐승을 쫒는 맹수 이고
뒤는 벼락 맞은 나무인 것을 보고
아예 숲 거울에 자리를 펴고 도인이 되었다
나는 숲 거울에서 지금 무엇을 보는가
앞은 더덕이고 뒤는 나비인 나
뿌리와 날개가 대지와 하늘이 맞서
안개가 낀다
<PEN문학 2015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