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은 물총새의 푸른 날개

                                                     차옥혜

 

 

언 강 위에

반짝이는 푸른 날개를 쫙 편 채

죽은 물총새

 

여름 철새 물총새는

제가 태어난 무성한 여름 숲에

물고기가 가득한 맑은 여름 강에

겨울이 온다는 것을 몰랐을까

왜 남쪽 나라로 가는

물총새 무리를 빠져나와

텃새가 되려했을까

 

미처 미래세계를 통찰하지 못한 죄

엄마 새의 지혜에 기대지 못한 죄

새는 새무리 속에서 새이고 세상임을

모른 죄

미처 얼지 않은 얼음 구덩이에

총알처럼 뛰어들어 물고기를 물고 와

겨울 나뭇가지에서 허기를 달래던 물총새는

마침내 다 얼어버린 강을 깨려

온 몸으로 사투하던 물총새는

제 죄를 울었을까

아니면 끝끝내 겨울과 맞서며 본

제 푸른 날개 빛 같은 자유를 울었을까

 

햇빛에 반짝이는 얼어 죽은 물총새의

푸른 날개가 시리고 시리다

 

생이여!

 

<경희문학  30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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