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옛살비

시 -4 2018. 1. 31. 16:39

 

어머니는 옛살비

                                           차옥혜

 

 

 어머니가 숨 거두기 전 들려준 말은

“어머니가 자꾸 보인다 ”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운명하면서 마지막 한 말은

“엄마”

 

내가 폐렴 걸려

죽음의 언저리를 떠돌 때

끓는 손을 들어 애타게

허공을 휘저으며 잡으려던 것은

이미 세상에는 없는

어머니의 손

 

어머니는

언제나 그립고 사무치는 옛살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위험할 때

작아지고 가벼워져 바스라지려 할 때

저절로 튀어나오는 소리

마음의 근원 옛살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옛살비 옛살비 옛살비

부르면 눈물이 나고 목이 메는

부르면 따뜻해지고 힘이 솟는

어머니는 옛살비

옛살비는 어머니

 

 <한국시학  2017년 봄호>   <2018 오늘의 좋은 시,  푸른사상, 2018 재수록>

*  옛살비: ‘고향’의 순 우리말 

                                                                     

'시 -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  (0) 2018.12.20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물통  (0) 2018.12.20
꽃이 다 지기 전에  (0) 2018.08.16
녹슨 풍경  (0) 2018.05.04
바람의 문신  (0) 2018.05.02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