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서로 생명의 등불이 되자
오철수(시인ㆍ문학평론가)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나눔을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그 관계들로,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하여 존재한다면 이제부터는 나로부터 풀려나갈 인연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의식적이고 의지적인 나눔의 삶을 요청한다. 하지만 인간중심주의적이고 소유적 삶의 양식에 젖어 살던 사람들에게 이 말은 '불편'을 의미한다. 그래서 애써 상기하고 싶지 않은 말들이다. 이번 시인의 시들은 그 불편함으로 구체적인 한 걸음을 내딛는다. 물론 그 한 걸음은 당위도 낭만도 미화도 아니다. 불편함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며, 있는 그대로의 향기를 맡으며 삶의 길을 찾는 행위다. 너를 비워야 그들에게 간다고, 너희 삶의 패턴을 지속가능한 경제로 바꿔야 후손들의 삶을 착취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다시금 불편함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텅 비운 건강함을 가져야 깊은 생명나눔을 호흡할 수 있다고, 인간의 윤리보다도 더 깊은 생태윤리를 들이켜야 한다고, 그들로부터 관계 속에서의 완전한 자유로서의 생태윤리의식을 배워 새로운 영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그때 비로소 소외됨 없는 지구가족으로의 삶이 주어진다고 담담하게 상기시킨다. 그래서 서정과 언어에서도 지구가족 모두에게 순하게 먹힐 수 있는 편안함을 찾는다. 언어의 도시성을 벗고 가능하면 자연을 이름하는 언어(이것을 식물성 언어라고 불러도 좋겠다)로, 또 가장 단순한 문장으로 전하려는 것 또한 이런 요청을 반영한다. 이렇게 불편함으로 들어가 나눔을 통해 불편함을 초대하고 그것과 더불어 새로운 자연함에 놓이고자 한다. 이것 또한 의지적인 노력으로만 될 일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값진 것 치고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 걸음이 "놀라워라! 아름다워라!"
<창조문예 2011년 9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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