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아야 꽃이 핀다
차옥혜
큰 나무들이 새순 내어
하늘을 가리기 전
서둘러 핀 진달래꽃
꽃샘추위에 떨며
하늘에 얼굴 부비는 진달래꽃
애처롭고 아린 꽃빛이여
하늘을 못 봐
꽃 못 피운 나무들 풀들
말라죽은 나무들 풀들
하늘은 마냥 넓고 넓은데
하늘은 만물이 꽃이 되게 하고 싶은데
하늘과 만물 사이를 가로막는 그늘이
꽃을 삼키는 한낮
하늘과 풀, 나무를 가리는 큰 그림자가
꽃의 멍을 키우는 세상
<화요문학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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