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차옥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차가 오가는
좁은 시장 길가에 비닐을 깔고
, 부추, 풋고추, 돌미나리, 상추를 팔던
할머니가
싸온 찬 점심을 무릎에 올려놓고
흙물 풀물 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

목숨을 놓을 때까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손
찬 점심을 감사하는
저승꽃 핀 여윈 손
눈물이 핑 도는 손
꽃 손
무릎 끓고 절하고 싶은 손 

나는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시문학, 2002년 2월호>

'시 -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계천의 십자가, 영원한 횃불  (0) 2020.11.11
시월 햇빛 밝은 길에 내가 있다  (0) 2020.10.25
네 절망이 보일 때  (1) 2020.03.01
하늘을 보아야 꽃이 핀다  (1) 2020.02.02
지는 꽃에게  (0) 2019.12.11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