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 11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차옥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차가 오가는
좁은 시장 길가에 비닐을 깔고
파, 부추, 풋고추, 돌미나리, 상추를 팔던
할머니가
싸온 찬 점심을 무릎에 올려놓고
흙물 풀물 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목숨을 놓을 때까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손
찬 점심을 감사하는
저승꽃 핀 여윈 손
눈물이 핑 도는 손
꽃 손
무릎 끓고 절하고 싶은 손
나는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시문학, 200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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