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십자가, 영원한 횃불

                                                   차옥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외치며 유명무실한 근로기준법 책을 들고
스물두 살 젊음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는
청계천의 십자가!
이 나라 노동자들을 지키고 일깨우는
영원한 횃불!

50여 년 전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에
보조원으로 취직하여 재봉사가 된 전태일은
90퍼센트가 여성인 이만여명 노동자들 중에
40퍼센트인 13세에서 17세 어린 소녀 보조원들이
다락방 형광등 밑에서 하루 14시간
먼지를 들이마시며 일하다가
폐질환에 걸리는 게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백 볼트 전등 한 개를 더 켜달라고
신선한 바람이 흘러드는 창문 하나 달아달라고
일요일엔 쉬게 하고 정확한 건강진단을 해달라고
70원에서 100원인 일당으로는 기진맥진
배고파 죽겠으니 반절만 더 올려달라고
업주에게 하소연하고 노동청에 진정하며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도 묵묵부답 마이동풍
마침내 말썽꾸러기라고 공장에서 쫓겨났으나
가엾은 어린 노동자들 못 잊어 다시 돌아와
자신의 몸에 불을 지펴 어두운 세상을 밝힌
전태일 열사는
언제 어디서나 이 나라 노동자들 마음에
영원히 살아 힘과 용기를 주는
청계천의 십자가! 영원한 횃불!

 

        <푸른사상,  2020년 봄호  -전태일 열사 50주년 기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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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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