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가을 아침
차옥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라
안개바다 자욱한 가을 아침
그래도 안개 속에서
꽃은 피어 있으리
과일은 익고 있으리
곡식은 여물고 있으리
어린 짐승들은 젖은 잎새를 헤치며
먹이를 찾으리
개울물은 물고기와 수초를 품으며 흐르리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미워하면서도
안개를 헤치며 바삐 오고 가리
누가
이 아름다운 자연에 세상에
안개를 풀어 안개 속에 숨어
불을 던지려 하는가
사방의 길이 안개에 묻히고
안개바다 끝없어도
마침내 해는 떠올라 안개를 거두어
삼라만상이 반짝이리
너는 내 눈동자에서
나는 네 눈동자에서
빛나리
<경희문학 30집 2017>
<푸른사상 2019년 여름호 재수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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