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서 어둠으로 빛나는
차옥혜
밤바다에 환히 불 밝힌 오징어잡이 배는
제 불빛 안이 세상이지
제 불빛보고 치달려와 그물에 걸리는
오징어 떼만 생각하지
제 불빛 밖
어둠에서 어둠으로 빛나는 것
모르지
어둠 속에서 저를 빤히 보고 있는 까만 눈동자를
모르지
어둠 속에서도
길을 가고
제 집 제 사랑을 잘도 찾아가는
마음의 빛을
모르지
밤바다 오징어잡이 배는
제 환한 불빛으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빛나는 것
보지 못하지
밝아서 눈 먼
오징어잡이 배
나 그리고 너
<문예2000, 199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