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차옥혜
아파트 열쇠를 잃어버렸다.
꼭 잠긴 아파트문은
꼼짝 안하더니
열쇠기술자가 와서 손을 대니
며칠 전 도둑에게 그랬던 것처럼
쉽게 열린다.
어쩌면 이 세상도
진정으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는
주인에겐 열리지 않고
도둑이나 열쇠기술자에게만
열리는 것은 아닐까
정작 주인은 문 밖에서 서성거리다
떠나는 것은 아닐까
열쇠기술자가 열어준 문 안으로
성큼 들어서지지 않는다.
<세계문학, 1989.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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