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 김 씨

시 -1 2006. 5. 5. 16:11

  

 광부 김 씨

                                                                    차옥혜

 

    독일 루르지방 탄광촌 한국인 광부 김씨는 아침에 햄과 버터와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자가용을 타고 숲길을 지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막장에 들어간다.

    오후 다섯 시면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부인과 함께 아름다운 숲길을 산책하거나 수퍼마킷에서 물건을 사고 백화점에서 상품을 구경한다.

    저녁엔 감자와 카베츠 소세지를 먹으며 음악을 듣는다.

    휴일엔 알프스나 북해로 여행을 간다.

    그러나 간혹 한국인 광부들과 모여 한국 식품가게에서 사온 된장 고추장 김치 오징어 쥐포 라면을 먹으며 일주일 늦게 배달된 한국 신문을 읽고 고향소식에 열을 올려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탁자를 친다.

    맥주병을 다 비우고 나서는 주눅이 들어 큰 소리 한 번 못 질러 보고 산 고향의 벌거벗은 산이 자기를 부른다고 운다.

 

<시집 『깊고 먼 그 이름』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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