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차옥혜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길 가던 사람이
늙은 느티나무 휑하게 삭은 몸통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50여 년 사막을 건너다보니
내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바람이 집을 짓고 새떼가 날고
강물이 흐르고 풀들이 흔들린다
사람들이 춤을 춘다.
한 아주머니가 애 낳은 딸에게 고아주려고
호박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속이 텅 빈 것을 고르고 있다.
<작가 1997년 5ㆍ6월호>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차옥혜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길 가던 사람이
늙은 느티나무 휑하게 삭은 몸통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50여 년 사막을 건너다보니
내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바람이 집을 짓고 새떼가 날고
강물이 흐르고 풀들이 흔들린다
사람들이 춤을 춘다.
한 아주머니가 애 낳은 딸에게 고아주려고
호박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속이 텅 빈 것을 고르고 있다.
<작가 1997년 5ㆍ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