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차옥혜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져

길 가던 사람이

늙은 느티나무 휑하게 삭은 몸통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50여 년 사막을 건너다보니

내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바람이 집을 짓고 새떼가 날고

강물이 흐르고 풀들이 흔들린다

사람들이 춤을 춘다.

한 아주머니가 애 낳은 딸에게 고아주려고

호박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속이 텅 빈 것을 고르고 있다.

 

<작가  199756월호>

'시 -1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흙사람 1  (0) 2006.05.05
고목 -편지 1  (0) 2006.05.05
갱도를 달리는 열차  (0) 2006.05.01
연필  (0) 2006.04.23
서시  (0) 2006.04.22
Posted by 차옥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