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를 달리는 열차
차옥혜
철암에서 밤 11시발 서울행 태백선 열차를 탄 송씨는
10여 년 전 탄광촌에 들어올 때는 한밑천 모아
곧 도시로 떠날 줄 알았다는 송씨는
탄광이 폐쇠되자
병든 몸에 빚만 남았다는 송씨는
가난 때문에 엄마마저 버리고 간
빈집들 틈에서 대낮에도 무서워하는
잠든 어린 자식들의 머리밭에
'아빠가 서울 가서 일자리 구하는 데로 데리러 오마'
편지 써놓고 왔다는 송씨는
"가도가도 나에겐 세상이 왜
캄캄한 갱 속이기만 한지 모르겠습니다."
"이 열차 타고 가면 새끼들의 밥그릇이 될
막장이 나올까요?"
옆 좌석 낮선 나에게 눈시울 붉히며 물어본다.
지하 7000미터 아래서 고무장화 신고 석탄을 캐다보면
어느덧 불붙은 연탄이었고
다이너마이트 터뜨리며 땅굴을 파들어 갈 땐
어쩔 수 없는 탄가루 흡입기가 되고
갱 밖에선 연탄재였다는
그래도 지금은 그런 막장이라도 간절하다는 송씨는
여기저기 승객들이 졸고 있는 야간열차에서
눈 한번 붙이지 못한다.
"아주머니, 평생 막장을 찾아다니는
막장꾼의 가슴에선
무슨 소리가 나는지 압니까?"
송씨는 숨막히게 기침을 하다가 더듬더듬 말한다.
<시집 『흙바람 속으로』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