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2024. 8. 24. 15:44

                                                                  차옥혜

 

                                                    

머리채는 하늘에 잡히고

발목은 땅에 묶여

빛과 어둠의 채찍을 번갈아 맞으며

둥둥둥 울고 있는 북아

뿌리쳐라

하늘과 땅을 뿌리쳐

 뜻대로 굴러

네 울음 울어라

 

  둥둥둥, 둥둥둥, 북이 운다. 땅과 하늘이 후려치는 북채를 맞으며 북이 운다
  사람이 운다. 전쟁, 재난, 분쟁, 테러에 사람들이 쓰러진다.
  지구가 운다.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로 쏟아낸 과다 탄소로 지구 몸 뜨거워져, 빙하 녹아 기후 위기 초래. 지금까지 본 일 없는 폭풍, 회오리, 산불, 불볕, 가뭄, 폭설, 홍수, 냉해, 강추위로 지구 곳곳이 아수라장이다. 전염병 돌아 사람들 떼로 비명횡사한다.
  여기저기 세계전쟁터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이 대부분인 무고한 민간인들이 미사일, 장갑차, 폭탄 장착한 드론, 인공지능 표적시스템 총에 무더기로 몰살당하고 있다.
  미친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테러로 무관한 사람들이 길에서 쓰러진다. 심지어는 부모들의 학대로 죽는 어린이도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뭇 생명과 지구가 북처럼 뜻밖의 북채 맞아 울고 있다. 부서지고 있다, 사라지고 있다.
  헤르만 헷세는 소설 데미안맨 앞장에 나는 정말 나 자신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오는 인생을 살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도 어려웠던가?”라고 썼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눈물을 흘리고 노래 부르며 살 천부의 자유와 권리를 지니고 태어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처해있는 환경과 뜻밖의 폭력에 시달리며 생명까지 잃는가.
  북아! 사람아! 모든 생명아! 자연아! 지구야! 삼라만상아! 온갖 부당한 북채를 뿌리치고 네 울음 울어라. 평화와 희망 서린 실존의 기쁨을 울어라, 그리움, 사랑, 자유를 노래하라.

                                                                                     <文學의 집 서울, 2024년 7월호>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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