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 2025. 4. 20. 19:34

                                              차옥혜

1854년 초 시애틀 지역
수쿼미시 부족 추장이
원주민 땅을 수용하려는
미국 연방정부 협상단에게

“어떻게 하늘을 사고 팔 수 있으며
대지의 온기나 영양의 신속함을
사고 팔 수 있다는 말인가…
공기의 신선함과 물의 반짝임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마지막 원주민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그에 대한 기억이 백인들 사이에서
신화가 될 때도
이곳 바닷가는
한때 이곳에 살았고
아름다운 이 땅을 여전히 사랑하는
영혼들이 모여들 것이다”

라고 했다는 말이
자꾸만 나를 치며 아프게 한다

 

                                                                        (한국현대시, 2019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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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뿌리 4

시 -5 2025. 3. 22. 15:31

연뿌리 4

                                                      차옥혜

줄기, 잎, 꽃, 연밥은
겨울을 건너지 못하지만
나는 순조롭게 건너 해마다
새 줄기, 잎, 꽃, 연밥을 낳아
봄, 여름,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감옥인 줄 안 진흙구덩이와 연못이
오히려 나를 지키고 보호하는
나를 먹이고 기르며 살리는
신의 품입니다
눈이 내리고 연못이 꽁꽁 얼어도
나는 멀쩡하게 편히 누워
새 봄을 준비합니다
투박하고 못 생긴 나를
언제나 꼭 껴안아주는
진구렁은
아무리 가물어도
나를 목마르지 않게
흠뻑 적셔주는
연못은
사랑이고 축복입니다

은혜의 순환 없이
어찌 세상이고 생명이겠습니까
어느 날 사람의 몸을 지날 때
연꽃등을 켜 어둠을 거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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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뿌리 3

시 -5 2025. 3. 7. 14:24

연뿌리 3

                                                 차옥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진흙밭 감옥 탈출하여
못을 헤치고
미지의 세계로 날아오르고 싶어
혼신의 힘으로 몸부림쳐
내 몸에 순을 내고 키워
물 위로 솟아
넓은 잎에
개구리 잠자리 물방개 쉬게 하고
꽃을 피웠습니다
연밥을 만들었습니다
하늘을 보았습니다
잎과 꽃과 가지가
물결에 바람에 흔들리면
내가 단단히 잡아줍니다
나는 물속 바닥 진흙 속에 있지만
가지, 잎, 꽃, 연밥과 함께 숨 쉬고
같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합니다
함께 슬퍼하고 같이 기뻐합니다
나는 뿌리지만
동시에 줄기이며 잎이고
꽃이며 열매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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