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뿌리 3

시 -5 2025. 3. 7. 14:24

연뿌리 3

                                                 차옥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진흙밭 감옥 탈출하여
못을 헤치고
미지의 세계로 날아오르고 싶어
혼신의 힘으로 몸부림쳐
내 몸에 순을 내고 키워
물 위로 솟아
넓은 잎에
개구리 잠자리 물방개 쉬게 하고
꽃을 피웠습니다
연밥을 만들었습니다
하늘을 보았습니다
잎과 꽃과 가지가
물결에 바람에 흔들리면
내가 단단히 잡아줍니다
나는 물속 바닥 진흙 속에 있지만
가지, 잎, 꽃, 연밥과 함께 숨 쉬고
같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합니다
함께 슬퍼하고 같이 기뻐합니다
나는 뿌리지만
동시에 줄기이며 잎이고
꽃이며 열매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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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뿌리 2

시 -5 2025. 2. 21. 16:33

연뿌리 2

                                                  차옥혜

꽉 조이는 진흙 감옥에서 태어나
일생 연못을 받치고 살아
힘들고 힘겨워서
몸속에
구멍이 숭숭 났을까

아니면
사방 길이 막혀
눈 뜨고도 눈멀어
제 몸에라도 더듬더듬
길을 낸 것일까

아니면
답답하고 막막함 견디려고
제 몸을 뚫어
꽃무늬를 놓았을까

생이여
생의 무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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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뿌리 1

시 -5 2025. 1. 26. 13:57

연뿌리 1

                                            차옥혜

연꽃의 아름다움이
어찌 연꽃만의 것이랴
못에 빠져서 평생을
어둠 비비며 살면서도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열심히 밥을 벌어 먹여주신
어머니 아버지
그 수고를 어찌 잊으랴
할머니 할아버지
흘리신 눈물 모여 고인
못의 은혜를 어찌 잊으랴

조상들의 피땀 어린 사랑 없이
꽃이 꽃일 수 있으랴
어제 없이
오늘과 내일이 없듯이
연뿌리 없이
연꽃이
어찌 빛날 수 있으랴
어찌 천지를 환하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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