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태운다
차옥혜
1
추곡수매마당에서
쌀을 태운다.
살을 태운다.
뼈를 태운다.
넋을 태운다.
2
타는 쌀가마에 둘러서서
바우네 엄마가
영희네 아빠가
철수네 형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제 살, 제 뼈, 제 넋 타는
연기 때문이 아니다.
아픔 때문이 아니다.
제 몸에 불 지르고도
타지 않는
노여움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길 때문이다.
< 1991년 3월 11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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