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 2024. 6. 1. 17:29

                              차옥혜

 

한반도 비무장지대!
무기 없이 사는
동물과 식물들만 사는 땅
무기를 쓰는
사람은 살 수 없는 땅

모든 무기 묻어버리고
오직 생명, 사랑, 평화로
남북한 사람들 식물, 동물과 함께
온통 한반도를 비무장지대로
통일했으면 좋겠네
세계 사람들 식물, 동물과 어우러져
지구 전체를 비무장지대로
통일했으면 좋겠네
그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자연과 목숨들이
낮에는 햇님이면 좋겠네
밤에는 달님, 별님이면 좋겠네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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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숲

시 -5 2024. 5. 30. 19:47

오월 숲

                                              차옥혜

 

잎새들이
반짝반짝 푸르게 빛나기 위하여
얼마나 언별을 삼키며 칼바람에
몸이 찢겼겠느냐

향기로운 푸른 가지로
세상과 사랑을 나누기 위하여
얼마나 눈보라에 맨몸 부비며
울었겠느냐

아프고 쓰라렸던 날들이
푸른 가지 푸른 잎으로 돌아와
사슴을 먹이고 새를 기르고 있다

뿌리 사이로 수맥들이 바쁘게 흐르고
우듬지의 파르륵대는 어린 잎새에
하늘이 입을 맞춘다

솟구치고 팽창하는 맑고 싱싱한 푸르름이
우주 어디까지 뻗치느냐
땅 속 어디까지 스미느냐

쩍 바위를 가르며 여기 저기
꽃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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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시 -5 2024. 5. 12. 16:27

친구

                                        차옥혜

 

만나면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쏟으며
나 있음을 기쁘게 하고
어둡던 내 뜰에
햇빛 쏟아지게 하는 사람아
모난 나를 감싸
나를 향기 있게 하는 사람아
너는 나를 곱게 물들이는
봉숭아 꽃잎이다.

 

                                         <문예비전, 2001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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