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뿌리 2
차옥혜
꽉 조이는 진흙 감옥에서 태어나
일생 연못을 받치고 살아
힘들고 힘겨워서
몸속에
구멍이 숭숭 났을까
아니면
사방 길이 막혀
눈 뜨고도 눈멀어
제 몸에라도 더듬더듬
길을 낸 것일까
아니면
답답하고 막막함 견디려고
제 몸을 뚫어
꽃무늬를 놓았을까
생이여
생의 무늬여
차옥혜
꽉 조이는 진흙 감옥에서 태어나
일생 연못을 받치고 살아
힘들고 힘겨워서
몸속에
구멍이 숭숭 났을까
아니면
사방 길이 막혀
눈 뜨고도 눈멀어
제 몸에라도 더듬더듬
길을 낸 것일까
아니면
답답하고 막막함 견디려고
제 몸을 뚫어
꽃무늬를 놓았을까
생이여
생의 무늬여
차옥혜
연꽃의 아름다움이
어찌 연꽃만의 것이랴
못에 빠져서 평생을
어둠 비비며 살면서도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열심히 밥을 벌어 먹여주신
어머니 아버지
그 수고를 어찌 잊으랴
할머니 할아버지
흘리신 눈물 모여 고인
못의 은혜를 어찌 잊으랴
조상들의 피땀 어린 사랑 없이
꽃이 꽃일 수 있으랴
어제 없이
오늘과 내일이 없듯이
연뿌리 없이
연꽃이
어찌 빛날 수 있으랴
어찌 천지를 환하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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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옥혜
아파트 열쇠를 잃어버렸다.
꼭 잠긴 아파트문은
꼼짝 안하더니
열쇠기술자가 와서 손을 대니
며칠 전 도둑에게 그랬던 것처럼
쉽게 열린다.
어쩌면 이 세상도
진정으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는
주인에겐 열리지 않고
도둑이나 열쇠기술자에게만
열리는 것은 아닐까
정작 주인은 문 밖에서 서성거리다
떠나는 것은 아닐까
열쇠기술자가 열어준 문 안으로
성큼 들어서지지 않는다.
<세계문학, 1989.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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