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차옥혜
해가 저뭅니다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오늘도 종일 기다렸습니다
울며 당신 이름 불러도 보고
발이 닳도록 찾아도 보았습니다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습니까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합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죽으랍니까
당신은 끝끝내 숨어서 침묵하겠습니까
당신은 발자국 뒤에 발자국입니까
그림자 뒤에 그림자입니까
오늘도 당신 못 보고 몇 사람이 떠났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 믿어 숨 쉬고 눈 뜹니다
당신은 슬픈 삶들이 스스로 뒤집어 쓴 굴레입니까
어둡고 춥고 가난한 마음들이 지피는 모닥불입니까
너무나 먼 곳에 있어 볼 수 없는 별입니까
다시는 기다리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나는 어느덧 등불 들고
어두워지는 길목에 서있습니다
<문학과창작 2000년 6월호>
'시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없이 길을 가는 (0) | 2023.08.01 |
---|---|
길 떠나는 바람 (0) | 2023.07.20 |
시인에게는 주소가 없다네 (0) | 2023.06.27 |
민들레 씨앗은 봄날이 두렵다 (0) | 2023.03.17 |
불붙은 화살나무에 빠져 (0) | 2023.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