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가 그립다

시 -5 2022. 7. 30. 10:58

등대가 그립다

                                                            차옥혜

 

밤바다에서 길 잃은 밤배
등대를 그리다

캄캄한 바다에서
정박할 항구로 가는 길을 밝혀주고
용기를 주며 희망을 속삭이던
등대는 어디에 있는가

칠흑의 바다에서 길 잃어
거센 파도에
휩쓸릴 듯 휩쓸릴 듯
아슬아슬한 배는 애타게
등대를 부른다

 

                                 <한국시학,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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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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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죽은 호밀밭 다시 살아나다

                                              차옥혜

 

“정신 차려, 눈 떠, 시간 없어”
바짝 잘려 풋거름이 되고 남은
말라가는 호밀 밑둥치 우리를
만물의 어머니 대지가 깨운다
“어서 나에게서 물을 빨아들여
서둘러 다시 싹 틔워라
여문 씨앗을 남기지 못하면
식물 나라 삶이 아니다”
만물의 어머니 대지와 뿌리의 닦달로
풋거름을 만들기 위하여 잘린
우리 호밀 밑둥치에서 일주일 만에
새싹이 다시 솟았다
쑥쑥 자라 보름 만에 맺은 이삭이
바람에 반짝이며 흔들린다
우리에게 이런 힘이 남아 있었다니
스스로 신비하고 감격스럽다
만물의 어머니 대지를 사랑하며
만물의 아버지 하늘을 우러르며
뒤늦게 잘 익는 씨앗 품고
두 번 사는 우리 호밀은
한껏 가슴 부풀어 행복하다 기쁘다

 

                                                         <한국현대시,  2021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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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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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거름이 된 호밀

시 -5 2022. 7. 12. 10:35

풋거름이 된 호밀

                                                      차옥혜

 

지구가 더워진 탓에 빨리 이삭 맺자
농부는 풋거름 깔아 밭을 쉬게 해
내년부터 풍작 거두려고
우리 호밀밭을
이제 막 4월 하순에 접어들었는데
서둘러 예초기로 잘라 눞혔다
잘 익은 씨앗으로 영생하려던
우리의 꿈이 깨져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삶이 어디 뜻대로만 되든가
희망의 끈으로 마음 칭칭 감아
몸은 쓰러졌어도 마음 꼿꼿이 세워
비 맞고 햇빛에 삭아 푹푹 잘 썩어
내년에 뿌려질 어떤 씨앗에든 스며들어
세세연년 세상 푸르게 하리라
뭇 생명 먹이고 살리리라

생명의 순환 열차를 타고
희망이 밀고 가는 세계! 지구!

암, 나는, 우리는 영원히 꿈꾸며
언제나 희망에 사는 호밀 풋거름

 

                                                                  <PEN문학,2021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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