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거름이 된 호밀

시 -5 2022. 7. 12. 10:35

풋거름이 된 호밀

                                                      차옥혜

 

지구가 더워진 탓에 빨리 이삭 맺자
농부는 풋거름 깔아 밭을 쉬게 해
내년부터 풍작 거두려고
우리 호밀밭을
이제 막 4월 하순에 접어들었는데
서둘러 예초기로 잘라 눞혔다
잘 익은 씨앗으로 영생하려던
우리의 꿈이 깨져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삶이 어디 뜻대로만 되든가
희망의 끈으로 마음 칭칭 감아
몸은 쓰러졌어도 마음 꼿꼿이 세워
비 맞고 햇빛에 삭아 푹푹 잘 썩어
내년에 뿌려질 어떤 씨앗에든 스며들어
세세연년 세상 푸르게 하리라
뭇 생명 먹이고 살리리라

생명의 순환 열차를 타고
희망이 밀고 가는 세계! 지구!

암, 나는, 우리는 영원히 꿈꾸며
언제나 희망에 사는 호밀 풋거름

 

                                                                  <PEN문학,2021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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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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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맺은 호밀

시 -5 2022. 7. 10. 14:05

이삭 맺은 호밀

                                                          차옥혜

보아라
잎새 사이로 솟아 맺힌 이삭!
자랑스럽다 어여쁘다
겨우 사월 중순인데
대추나무 감나무 배롱나무
아직도 잠자고 있는데
줄줄이 솟아 춤추는 이삭이라니
우리 호밀 잎새들은
우리들의 깃발이며 목숨이고 영혼인
이삭을 우러르며 뽐낸다
오월 이삭이 여물면 타작하여
우리 호밀의 몸은 씨앗과 헤어져
지푸라기가 되겠지만
우리 호밀의 마음은 씨앗에 담겨
함께 영원으로 가는 기차를 타리
한 생을 잘 마무리한 우리 호밀은
뿌듯한 가슴 당당한 눈빛으로
생명의 송가를 씨앗에 새기며
종착역에 내려 또 한 생을 예비하리
장하다 아름답다
이삭 맺은 나여, 우리 호밀 나라여

 

                                                                   <시현실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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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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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 호밀 노래

시 -5 2022. 7. 9. 14:18

사월 초 호밀 노래

                                                    차옥혜

호밀 바다가 파도친다
나날이 힘차게 하늘로 치솟는
우리들의 푸른 행진 장엄하다
다른 식물들은 이제야 새싹이 돋는데
우리는 벌써 키가 석 자나 자라
바람에 물결친다 장관이다
내가 호밀인 것이 자랑스럽다
호밀 나라를 위하여
해, 달, 별이 뜨고 진다
초록 잎새 반짝이며
뿌듯한 삶을 노래하고 있는
나는 지금
무지무지 행복하며 기쁘다
바람의 사다리를 타고 하늘까지 가려니
어머니 대지가 푼수 짓 하면 죽는다고
들뜬 나를 꽉 부여잡고 다독인다
그렇다! 좋다!
비록 선 채로 한 발짝도 못 내딛지만
이만한 축복도 어디냐
나 호밀! 호밀 나라!
비록 선 자리에서만이라도
푸르게 푸르게 춤춘다

 

                                                  <한국현대시 2021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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