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뿌리 1

시 -5 2025. 1. 26. 13:57

연뿌리 1

                                            차옥혜

연꽃의 아름다움이
어찌 연꽃만의 것이랴
못에 빠져서 평생을
어둠 비비며 살면서도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열심히 밥을 벌어 먹여주신
어머니 아버지
그 수고를 어찌 잊으랴
할머니 할아버지
흘리신 눈물 모여 고인
못의 은혜를 어찌 잊으랴

조상들의 피땀 어린 사랑 없이
꽃이 꽃일 수 있으랴
어제 없이
오늘과 내일이 없듯이
연뿌리 없이
연꽃이
어찌 빛날 수 있으랴
어찌 천지를 환하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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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5 2025. 1. 4. 10:37

                                       차옥혜

 

아파트 열쇠를 잃어버렸다.
꼭 잠긴 아파트문은
꼼짝 안하더니
열쇠기술자가 와서 손을 대니
며칠 전 도둑에게 그랬던 것처럼
쉽게 열린다.

어쩌면 이 세상도
진정으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는
주인에겐 열리지 않고
도둑이나 열쇠기술자에게만
열리는 것은 아닐까
정작 주인은 문 밖에서 서성거리다
떠나는 것은 아닐까

열쇠기술자가 열어준 문 안으로
성큼 들어서지지 않는다.

 

                                  <세계문학, 1989.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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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어둠으로 빛나는

                                                                                 차옥혜

 

밤바다에 환히 불 밝힌 오징어잡이 배는
제 불빛 안이 세상이지
제 불빛보고 치달려와 그물에 걸리는
오징어 떼만 생각하지
제 불빛 밖
어둠에서 어둠으로 빛나는 것
모르지
어둠 속에서 저를 빤히 보고 있는 까만 눈동자를
모르지
어둠 속에서도
길을 가고
제 집 제 사랑을 잘도 찾아가는
마음의 빛을
모르지
밤바다 오징어잡이 배는
제 환한 불빛으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빛나는 것
보지 못하지

밝아서 눈 먼
오징어잡이 배
나 그리고 너

                                                    <문예2000, 199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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