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

                                            심훈

 

저눈이 쌀이다되어 나려주소서

이 땅의 백성들은 몹시도 배곱하 하옵니다

손톱발톱 달토록 녀름내 농사짓다가

박아지 덜렁덜렁 조밥 차저 떠납니다

 

저눈이 솜이나되여 나려주소서

흰옷입은 겨레들은 너무나 헐버섯습니다

쭈구리고 길걷든 무리의 등어리우에

푸군히 나리소서 두덕두덕 솜두어주소서

 

   【감상】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21세기 이 문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엔 굶주리고 헐벗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유엔식량농업기구 발표에 따르면 지금의 농업 생산력으로도 세계는 120억명을 정상적으로 먹여살릴수 있다고 한다. 지금 세계인구는 60여억명이다. 하지만 세계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이 20억이나 되고 8억 5400만 명이 심각한 만성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며, 5초마다 10살 미만 어린이 한 명이 굶어죽고 4분마다 한명이 비타민 A결핍으로 시력을 잃고 매년 수천만 명이 치료 가능한 질병과 기아로 죽어간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불균형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인권의 첫째가 굶지 않을 권리가 아닐까? 
   일제 암흑기에 펄펄 내리는 눈이 쌀이 되고 솜이 되어 배고프고 추운 겨레들을 먹여주고 덮어주기를 노래하신 심훈 선생님의 시!  선생님의 시와 기도에 어느 때나 응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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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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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럽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漢拏에서 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감상】 신동엽 선생님이 떠나신지 40년이 지났지만 이 시의 간절한 열망은 여전히 뜨겁게 메아리친다. “모오든 쇠붙이”와 “껍데기는 가”고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아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올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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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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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

타인의 시 2009. 7. 1. 11:35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룰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묵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감상】 풀의 본능! 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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