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아침 햇빛복권을 마음껏 가지세요

                                                                         박제천

 

햇빛복권을 아시는지요

새해 새아침 해와 눈맞추는 순간

눈길로 쏟아져들어오는 햇빛복권

우리들 눈과 눈으로 무지개다리를 타고 들어오는

햇빛복권을 받으셨는지요

 

가슴속 가득 고인 고통의 담을 녹여버리고

핏줄속 마디마디 엉기는 노여움을 풀어버리는

하느님의 햇빛복권

새해 새아침 새해와

눈만 마주치면

누구나 당첨되는 햇빛복권을 아시는지요 

 

이세상 살아 있는 것들,

유정한 것들의

때에 찌들은 온몸 온마음

옹이 지고 응어리진 미움과 슬픔

단숨에 녹여버리고

눈부시게 눈부시게 떠오르는 새해 새아침의 해

햇님이 주시는 햇빛복권을 받으셨는지요 

 

새해 새아침

눈으로 받아 눈으로 전해주는,

받기만 하면 온마음 환희에 차오르는,

온세상 광명으로 바뀌어지는 햇빛복권을

마음껏 가지세요

 

  【감상】 또 한해가 시작됩니다. “누구나 햇빛과 눈만 맞추면 당첨 되는 햇빛복권“으로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햇빛 복권을 세상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어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이 시인은 “눈으로 받아 눈으로 전해주는, 받기만 하면 온마음 환희에 차오르는, 온세상 광명으로 바뀌어지는 햇빛복권을 마음껏 가지세요“라고 노래하고 있군요. 새해 새아침 이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입니까! 얼마나 간절하고 향기로운 축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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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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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유승우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굵은 뼈,잔 뼈, 가시도 없으며, 척추도 관절도 없습니다. 심장을 보호할 갈비뼈도 없어서 맑은 마음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뼈가 없어서 누구하고도 버티어 맞서지 않습니다. 뼈대를 세우며 힘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마셔도 목에 걸리지 않고 그의 뱃속에 들어가 흐릅니다. 누구를 만나도 껴안고 하나가 됩니다. 뼈대 자랑을 하며 제 출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높은 곳 출신일수록 맑고, 더욱 빨리 몸을 낮춥니다. 뼈도 없는 것이 마침내 온 땅을 차지하고 푸르게 출렁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감상】 저도 물이 되고 싶습니다.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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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감상】 이렇게 아름다운 기도가 있을까? 하느님께서도 들으시며 큰 소리로 한참 웃으셨겠지만 눈엔 눈물이 일렁였을 것이다.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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