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시 -2 2009. 1. 5. 11:32

 

   사랑법

                                           차옥혜

 

온전한 너를 만나기 위해선

네가 뒤집어쓴 호두 껍질을

알맞게 균열을 내어 벗겨내야 한다.

너무 세게 힘을 주면

너는 바스러지고

힘을 조금 주면

너는 껍질을 벗지 못하고

상처만 입는다.

껍질을 쓴 너를 붙잡고

너에게 하늘을 열어줄

가장 적절한 힘을 찾는

내 손에 쥐가 난다.

 

<시문학  2008년 12월호> 

 <2009 좋은 시(삶과 꿈)  2009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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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자궁이 지은 집 

                                                          차옥혜

 

어머니는 주춧돌 아버지는 대들보

형제들은 주춧돌과 대들보를 이어준

일곱 기둥

별, 구름, 비, 바람, 눈, 해 놀다가도

틈 하나 나지 않고 튼튼하던 집

내 눈이고 귀이고 입이고 가슴이던 집

언제부턴가 일곱 기둥 차례로

새가 되어 날아가 버려 무너진 집

풀꽃과 달빛에 기대어

천리 밖 자식들 발자국 소리에

귀를 모으고 마음 졸이던

주춧돌과 대들보마저 묻혀버려

70년 만에 사라져버린 집

날마다 더욱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내 피와 살과 뼈인 집

내 길이고 등대인 집

날이 갈수록 더욱 환하고 아리는

가도 가도 닿지 않는 눈물 집

 

엄마아! 아빠아! 언니이! 오빠아! 동생들아!

숨바꼭질 그만하자  어서 나와

 

          <사철푸른어머니의 텃밭(한국시인협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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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따구리가 날아왔다

                                                   차옥혜

 

 

딱따구리가 날아와

딱딱딱 나를 쪼며 노래할 때

아프기도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내 이파리들 기뻐 우우 노래로 화답했네

 

딱딱딱 딱따구리가

내 마음에 둥지를 틀 때

부드럽고 따뜻하여

내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노래로 흔들렸네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세계가 실려 오고

나도 딱딱딱 세계를 쪼아 집을 짓는

딱따구리가 되었네

 

딱딱딱 딱따구리는 나

딱딱딱 나는 딱따구리

우주는 나

나는 우주

 

 <(한국현대문학관)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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