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차옥혜
황토밭 원고지에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온 몸으로 껴안고 사랑하며
땀 흘려야 쓸 수 있지만
쓰고 난 후에도 보살피지 않으면
제 멋대로거나 사라지지만
날마다 새로운 파노라마 초록시이다.
언제나 설레고 아름답고 편안한
숨 쉬는 생명시이다.
옷은 황토물과 풀물로 얼룩지고
호미 들고 동동거려 팔다리가 쑤셔
볼품없이 늙고 여위어도
식물 글자로 시를 쓰는 것이 즐겁다.
어느 날 들판이 문득 나를 불러
땅에 식물 글자로 시를 쓴 지 어언 20년
출판할 수 없는 시집 한 권
지금 내 몸과 영혼의 집이 어여쁘다
<문학의집ㆍ서울 2007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