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내리는 눈

시 -2 2007. 6. 1. 17:56

 

삼월에 내리는 눈

                                                       차옥혜

 

어디만큼 가다 되돌아왔니?

 

따뜻한 겨울에 쫓겨 간 너를 찾아 헤매다

매화 피고 산당화, 산수유 꽃망울 맺히고

초록물 오른 황매화 가지 바람그네 타는

봄길 어귀에서

뜻밖에 못 잊어 돌아온 너를 만났다

내 영혼은 네 입술에, 뺨에, 온몸에 입 맞추며

너를 얼싸안고 천지사방 휘돌며 춤을 춘다

 

네 눈망울은 왜 그다지도

맑으면서 서글프냐

네 춤은 왜 그다지도

설레면서 아프냐

 

순간일지라도 세상과 나를

꽃 꽃 꽃 눈꽃으로 피워놓는

곧 또 다시 떠나고 말

내 사랑아

 

<시문학  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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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방과 나그네

시 -2 2007. 3. 23. 22:55

 

낯선 방과 나그네

                                                    차옥혜

 

낯선 마을 낯선 거리를 떠돌다

해가 지고 밤이 늦어

하룻 밤 묵어 갈 낯선 방에

나그네는 생애를 내려놓네

그러나 낯선 방이 자꾸만 나그네를 밀어내

피곤한 몸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 못 이루다가

풀어놓은 짐을 또 다시 싸는 아침

이제야 낯선 방이 나그네를 받아들이는가

낯선 방이 슬며시 나그네 바지자락을 잡아당기네

그래도 떠나야 하는 나그네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하룻 밤 낯선 방을 둘러보며

안녕

젖은 목소리로 말하네

 

<붉은 실개천(기픈시문학회 8)  2006>

                                         <한겨레신문  2007.2.26.자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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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운다

시 -1 2006. 12. 5. 01:39

 

매미가 운다

                                                        차옥혜

 

우렁우렁 산을 무너뜨리고 있는

굴삭기와 싸우며

매미가 운다

 

매미는 울어

곤두박질치는 나무에게

겁에 질린 풀잎에게

무너지는 흙더미에게

다가간다 함께 한다

 

매미는 울어

굴삭기에 맞서

굴삭기 소리에 떠서

굴삭기 소리를 치받는다

 

매미가 운다

뙤약볕을 흔들며

굴삭기 소리를 깨뜨리며

굴삭기 소리에 혼절한 새들을 깨우며

매미가 운다

 

우는 매미여 시인이여

 

<문학과창작  199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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