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운다

시 -1 2006. 12. 5. 01:39

 

매미가 운다

                                                        차옥혜

 

우렁우렁 산을 무너뜨리고 있는

굴삭기와 싸우며

매미가 운다

 

매미는 울어

곤두박질치는 나무에게

겁에 질린 풀잎에게

무너지는 흙더미에게

다가간다 함께 한다

 

매미는 울어

굴삭기에 맞서

굴삭기 소리에 떠서

굴삭기 소리를 치받는다

 

매미가 운다

뙤약볕을 흔들며

굴삭기 소리를 깨뜨리며

굴삭기 소리에 혼절한 새들을 깨우며

매미가 운다

 

우는 매미여 시인이여

 

<문학과창작  199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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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게

시 -2 2006. 12. 4. 12:17

 

사막에게

                                                차옥혜

 

 

미안하다

너의 슬픔을 외로움을 두려움을

너의 고통을 절망을 공포를

비 오고 냇물 흐르고

풀잎 돋고 꽃이 피는 땅에서 산

나는 몰랐다

 

얼마나 고달프냐 아프냐 무서우냐

용서해다오

 

내 눈물로 너를 적셔주마

 

노래도 분노도 놓아버린 너

믿음 그리움 꿈이라는 말 잃어버린 너

사랑과 평화와 희망이라는 말

속삭일 때까지

너를 안아 주마

 

미안하다

 

<해외문학  10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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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2

시 -2 2006. 12. 2. 12:29

 

산다는 것은 2

                                                      차옥혜

 

 

불끈 치솟아 하늘을 뚫은 저 산도

깊은 동굴을 품고 있다

 

울지 말자

가슴 안에

빽빽한 돌고드름과 돌순을

한여름에도 가득한 냉기를

끝없이 솟아 흐르는 물과 거울 같은 물웅덩이를

괴로워 말자

몸 안에

소리치면 달려와 뺨을 치는 메아리들을

낮에 거꾸로 매달려 잠자다가도

밤이면 우주 끝까지 날아다니며 아우성치는

눈먼 박쥐 떼들을

 

산다는 것은

제 안에

동굴 나날이 길어져 아파도

껴안고 쓰다듬으며

제 밖에

조팝나무 가시나무 칡 인동

노루귀 씀바귀 솜다리 질경이

산돼지 다람쥐 여우 늑대

여치 소쩍새 땅강아지 부엉이

미워도 고와도 찾아온 생명이면 무엇이든

품어 기르는

산이 되는 것

 

<시집 『허공에서 싹 트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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