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읽다

                                          김규화

 

이젤을 거꾸로

일요일의 한강이 그림을 그린다

우우우 몰려와 늘어선 물가의 아파트군

단숨에 세우고

짐짓 흔들어본다

하늘을 제 가슴 깊숙이 클릭하고

그 위에 구름 몇 송이 흘리다가는

이내 지워버린다

아파트를 흑수정으로 꾸며놓고

욜랑욜랑 물살 속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구부정한 어머니

뒤따르는 나를 덥석 안는다

돛단배 하나 지나가면서

한강이 우리를 지운다

피사로의  [수문]을 물새가 가로지른다

 

  【감상】 이 시는 <하이퍼시>의 전형이다. 시인은 컴퓨터, TV, 핸드폰 등의 IT기기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시대에 시의 변화를 추구하는 <하이퍼시> 운동을 하고 있다.
  위 시에 대한 시인 본인의 해설을 들어보자. "이 시는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이라고 하겠다. 한강과 한강 가에 늘어선 고층아파트들의 현실과, 한강물 속에 비치는 아파트와 그 속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환상)을 병치시켜놓고 돛단배 하나가 지나가면서 현실과 환상 모두를 지워버리는 가상현실을 표현해 본 것이다."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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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새아침 햇빛복권을 마음껏 가지세요

                                                                         박제천

 

햇빛복권을 아시는지요

새해 새아침 해와 눈맞추는 순간

눈길로 쏟아져들어오는 햇빛복권

우리들 눈과 눈으로 무지개다리를 타고 들어오는

햇빛복권을 받으셨는지요

 

가슴속 가득 고인 고통의 담을 녹여버리고

핏줄속 마디마디 엉기는 노여움을 풀어버리는

하느님의 햇빛복권

새해 새아침 새해와

눈만 마주치면

누구나 당첨되는 햇빛복권을 아시는지요 

 

이세상 살아 있는 것들,

유정한 것들의

때에 찌들은 온몸 온마음

옹이 지고 응어리진 미움과 슬픔

단숨에 녹여버리고

눈부시게 눈부시게 떠오르는 새해 새아침의 해

햇님이 주시는 햇빛복권을 받으셨는지요 

 

새해 새아침

눈으로 받아 눈으로 전해주는,

받기만 하면 온마음 환희에 차오르는,

온세상 광명으로 바뀌어지는 햇빛복권을

마음껏 가지세요

 

  【감상】 또 한해가 시작됩니다. “누구나 햇빛과 눈만 맞추면 당첨 되는 햇빛복권“으로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햇빛 복권을 세상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어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이 시인은 “눈으로 받아 눈으로 전해주는, 받기만 하면 온마음 환희에 차오르는, 온세상 광명으로 바뀌어지는 햇빛복권을 마음껏 가지세요“라고 노래하고 있군요. 새해 새아침 이 얼마나 아름다운 노래입니까! 얼마나 간절하고 향기로운 축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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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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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유승우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굵은 뼈,잔 뼈, 가시도 없으며, 척추도 관절도 없습니다. 심장을 보호할 갈비뼈도 없어서 맑은 마음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뼈가 없어서 누구하고도 버티어 맞서지 않습니다. 뼈대를 세우며 힘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마셔도 목에 걸리지 않고 그의 뱃속에 들어가 흐릅니다. 누구를 만나도 껴안고 하나가 됩니다. 뼈대 자랑을 하며 제 출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높은 곳 출신일수록 맑고, 더욱 빨리 몸을 낮춥니다. 뼈도 없는 것이 마침내 온 땅을 차지하고 푸르게 출렁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감상】 저도 물이 되고 싶습니다.

 

Posted by 차옥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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