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죽지 않을 권리

                                             차옥혜

 

여기는 대한민국 사람 세상이라는데
전태일들이 김용균들이 죽어요
택배 노동자들이 죽어요
일하다가 멀쩡한 사람 꽃들이 져요
매일 일곱 명이나 일터에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죽어요

작업발판, 안전난간, 추락방지망이 없는
일터에서 사람 꽃들이 일하다가
떨어져, 끼여, 부딪혀, 깔려, 무너져 죽어요
위험작업에 ‘2인1조’ 규칙 안 지킨 회사 때문에
혼자 일하다 죽어요

사람 목숨보다 방호 장비가 더 값진가요

일 년에 2,400여 명 일하다가 죽은
목숨 위에 쌓은 돈 탑이
여기저기 하늘을 찌르는 도시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면서
행복하고 희망을 품는 일이
정녕 꿈속에서만의 일인가요

일하다가 죽지 않을 권리를 뺐지 말아요
여기는 사람 세상 대한민국이잖아요

 

                                       <시에, 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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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전염 2

시 -4 2021. 5. 10. 17:40

눈물 전염 2

                                         차옥혜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 수천 명 발생
의료진과 병상이 모자라자
자원하여 몰려가는 의료진 중엔
결혼 1년차 간호원!
정년을 앞둔 보건대학원 교수!
전남 광주시 등에선 병상과 치료를 제공!
의료용품, 성금, 위로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위해서
여기저기서 갈비탕, 백숙, 비빔밥을
진도군 주민들은 농사지은 봄동을
인천의 어느 외식기업에선 도시락 1만개를
보내고
전국 곳곳에서 부족한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배포하는 사람들!
마스크 공장에 가서 일손을 돕는 사람들!
창원 음식물처리장 직원 13명은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감염이 되어 일 못하는 일 없도록
스스로 고립되어 회사 좁은 합숙소에서
먹고 자며 일하고⸱⸱⸱⸱⸱⸱

 

                                       <시와산문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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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뿌리 4

시 -4 2021. 5. 7. 19:22

연뿌리 4

                                   차옥혜

줄기, 잎, 꽃, 연밥은
겨울을 건너지 못하지만
나는 순조롭게 건너 해마다
새 줄기, 잎, 꽃, 연밥을 낳아
봄, 여름,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감옥인 줄 안 진흙구덩이와 연못이
오히려 나를 지키고 보호하는
나를 먹이고 기르며 살리는
신의 품입니다
눈이 내리고 연못이 꽁꽁 얼어도
나는 멀쩡하게 편히 누워
새 봄을 준비합니다
투박하고 못 생긴 나를
언제나 꼭 껴안아주는
진구렁은
아무리 가물어도
나를 목마르지 않게
흠뻑 적셔주는
연못은
사랑이고 축복입니다

은혜의 순환 없이
어찌 세상이고 생명이겠습니까
어느 날 사람의 몸을 지날 때
연꽃등을 켜 어둠을 거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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