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햇빛 밝은 길에 내가 있다

                                                  차옥혜

눈부시게 환한 시월 길에
내가 있다
햇빛이 나와 길을 껴안는다
햇빛이 반짝인다 내 몸에서
햇빛이 반짝인다 길에서
내가 반짝인다 햇빛 속에서
길이 반짝인다 햇빛 속에서
시월 햇빛 쏟아지는 길에
내가 살아 있는
축복이여
기쁨이여
내가
시월 햇빛의 꽃이 되는
순간이여
시월 햇빛이 내게 스민다
내가 시월 햇빛에 스민다
내가
시월 햇빛에서 빛이 되는
찰나여

                                  <예술가 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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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차옥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차가 오가는
좁은 시장 길가에 비닐을 깔고
, 부추, 풋고추, 돌미나리, 상추를 팔던
할머니가
싸온 찬 점심을 무릎에 올려놓고
흙물 풀물 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

목숨을 놓을 때까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손
찬 점심을 감사하는
저승꽃 핀 여윈 손
눈물이 핑 도는 손
꽃 손
무릎 끓고 절하고 싶은 손 

나는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시문학, 200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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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절망이 보일 때

시 -4 2020. 3. 1. 10:53

네 절망이 보일 때

                               차옥혜


내가 절망에 빠지고 나서야
네 절망이 보이다니
이렇게 무섭고 막막했구나
이제라도 내 눈물로
외로운 너의 손을 적시려
손을 뻗어보지만
허공만 잡힌다

                           <경희문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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