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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차옥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차가 오가는
좁은 시장 길가에 비닐을 깔고
, 부추, 풋고추, 돌미나리, 상추를 팔던
할머니가
싸온 찬 점심을 무릎에 올려놓고
흙물 풀물 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

목숨을 놓을 때까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손
찬 점심을 감사하는
저승꽃 핀 여윈 손
눈물이 핑 도는 손
꽃 손
무릎 끓고 절하고 싶은 손 

나는
그 손에
못 박혀버렸다. 

                                    <시문학, 200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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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절망이 보일 때

시 -4 2020. 3. 1. 10:53

네 절망이 보일 때

                               차옥혜


내가 절망에 빠지고 나서야
네 절망이 보이다니
이렇게 무섭고 막막했구나
이제라도 내 눈물로
외로운 너의 손을 적시려
손을 뻗어보지만
허공만 잡힌다

                           <경희문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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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아야 꽃이 핀다

                                               차옥혜 


큰 나무들이 새순 내어
하늘을 가리기 전
서둘러 핀 진달래꽃
꽃샘추위에 떨며
하늘에 얼굴 부비는 진달래꽃
애처롭고 아린 꽃빛이여

하늘을 못 봐
꽃 못 피운 나무들 풀들
말라죽은 나무들 풀들

하늘은 마냥 넓고 넓은데
하늘은 만물이 꽃이 되게 하고 싶은데
하늘과 만물 사이를 가로막는 그늘이
꽃을 삼키는 한낮
하늘과 풀, 나무를 가리는 큰 그림자가
꽃의 멍을 키우는 세상

                                                <화요문학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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