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선 나무들

시 -4 2021. 8. 22. 14:41

산비탈에 선 나무들

                                               차옥혜

하염없이 하늘이 그리워
손을 흔들고 있구나
끊임없이 하늘이 보고 싶어
눈동자가 젖어 있구나

평평한 옥토에 뿌리내려
곧게 솟고 솟는 푸른 나무들이
얼마나 부러웠으랴

내 부모님이 자식들을 끌고
절망의 터널을 건넜듯
위에 선 나무들의 그늘을 피해
이파리들을 껴안고 옆으로 아래로
허리를 휘거나 구부려가며
허공을 더듬어 하늘을 찾아가는
비탈에 선 나무들의 애간장 탄
검은 몸통들! 검은 가지들!
눈물겨워라 아름다워라

 

                                        <한국현대문학작가,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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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전염4 서울동부구치소
                                                         

                                                    차옥혜

 

서울 동부구치소 고층 쇠창살 틈 사이로
살려주세요
소리를 지르며
연두색 타올을 흔들다가 손을 흔들다가
살려주세요
보건복지부
확진자 한 방에 8
까만 글씨로 쓴 흰 도화지 피켓 흔드는
칼바람에 얼은 듯 불긋한 손

같은 구치소 독방에
권력남용 뇌물죄로 수감 된
한 전직 대통령은 코로나19 음성이라도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입원

수감자 반수 가까이 1200여 명이나 확진된
밀집 밀접 밀폐된 배양 감옥에서
너무나 다급하여 기물 훼손죄 처벌 무릅쓰고
쇠창살 안 방충망 뜯어내다 다쳤는지 모를
불긋불긋한 손에 흔들리는 피켓
살려주세요

 

                                               <한국현대시 2021상반기호, 202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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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하소연

시 -4 2021. 7. 6. 21:40

코로나19의 하소연

                                            차옥혜

 

인류여!
제발 우리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다시 빙하 속에 잠들고 싶습니다
다시 숲속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빙하를 녹이고 숲을 없애버려
무생물 단백질 껍질이던 우리는
터전을 잃고 떠돌다
당신들 숨결에 흘러드니
저절로 전염병 바이러스가 되어
사상 초유의 놀랍고 무서운 속도와 숫자로
당신들을 감염시키고 죽게 하여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결코 우리가 원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두렵습니다
우리들의 어쩔 수 없고 어처구니없는 행진을
멈추게 할 능력은
오직 당신들에게 있습니다
백신으로 우리를 일시 멈추게 할지라도
빨리 탄소를 줄여
지구의 온도를 훨씬 더 낮추고
숲을 지구 표면에 다섯 배 이상 늘리지 않으면
우리는 이름을 바꾸어 거듭 오게 되고
결국 지구는 멸망할 것입니다
인류여!
어서 우리를 고향으로 보내주십시오

 

                                             <포스트 코로나, 한국시인협회,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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